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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 New World Library

[8호] 독일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독일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Wiblingen Monastery Library

 

 

 

 

 

* 상상

 

 

 

낮고 어두운 조명과 은은한 달빛, 수도사들의 옷깃 스치는 소리와 조용한 발걸음 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나지막이 들려올 법한 어린 수도사들의 찬미가 부르는 소리와 고요함 속에 간간이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릴 법한 그 곳,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장미의 이름의 배경인 수도원. 그 중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꼽을 수도원 도서관이 있다.

 

 

 

* 수도원 도서관

  

 

서로마제국 멸망 후 몇 백년간 지속된 암흑시대에 교육이나 도서의 수집에 관해서는 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원래 성서와 성서를 해석한 주석들이나 수행생활에 필요한 영성서적, 혹은 관련된 고대문헌들이 주요 수집·필사의 대상이었으나 점차로 문학이나 자연과학 등 일반서적도 수집하여 수도사들에게 제공하였다. 수도사들이 힘써 필사본을 만들고, 관리한 덕에 12세기에 대학이 나타나기까지 수도원은 유럽에서 유일한 학교이자 도서관이 되었다.

 

 

 

* 23×11

 

 

1093년 키르히베르크(Kirchberg)의 백작들이 세운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은 마인라트 함베르거(Meinrad Hamberger) 대수도원장 시절,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을 모방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1744년 완성되었다. 총 길이 가로 23미터 세로 11미터의 단출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내부는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고 공간에 서른 두 개의 채색기둥이 세워져 있다.

 

높은 천정과 대리석 바닥, 기둥 곳곳의 황금장식과 조각 문양, 천정 가득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어우러진 공간은 마치 연회장 같기도 하고, 벽을 둘러싸고 책들로 차 있는 서가들 사이사이에 조각상들이 놓여 갤러리 같기도 하다. 단조롭고 소박한 것만 서고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궁전 같은 이 도서관홀(Biblothekssaal)이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혹은 가장 경이로운 도서관을 칭송받도록 한 곳이다.

 

 

 

 

* 퀸 & 헤르베르거

 

 

 

천장을 가득채운 프레스코 그림은 수도원 벽화의 대가 프란츠 마르틴 퀸(Franz Martin Kuen)의 작품으로 원근법을 이용해 표현되었다. 천장의 한복판에는 하느님의 어린 양들을 데리고 있는 여성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신의 지혜와 지식을 상징하며 주위의 책을 든 아기천사의 모습은 지식은 천국으로, 그리하여 신에게로 우리를 인도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그림은 십자가 유물과 사원의 창립에 관한 비블링겐의 두 가지 주요한 장면을 보여준다.

 

 

 

도서관홀 각 기둥마다 세워져 있는 8개의 조각상은 도미니쿠스 헤르메네길트 헤르베르거(Dominikus Hermenegild Herberger)의 작품들이다. 대리석 느낌의 이 목조상들은 법학, 자연과학, 수학, 역사 4가지 학문의 의인화이며 순명, 탈속, 믿음, 기도와 같은 수도사가 갖추어야 할 4가지 덕목을 상징한다. 이 두 그룹의 조각상은 서로 마주보며 서 있는데, 이는 종교와 학문은 결코 둘이 아니고 하나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 시대의 두 거장의 작품이 하나의 공간에 모여 누구라도 그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매료되게 하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다른 세계 최대의 수도원 도서관이자 바로크 양식의 집합체인 오스트리아의 아드몬트 베네딕트회 대수도원 도서관은 화이트톤의 서가와 황금장식, 마름모꼴 대리석 타일의 바닥으로 오스트리아와 독일 바로크 시대의 가장 화려한 유산으로 꼽힌다.

 

스위스의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장크트갈렌 대수도원 도서관(애비 수도원 도서관)10여 년의 공사 끝에 완성된 메인 홀은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의 도서관 홀과 구조는 비슷하나 목재로 만든 기둥과 바닥은 보다 차분한 느낌을 준다.

 

 

 

* 방문

 

 

 

중세시대의 수도원 도서관은 단지 수도사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중세 시대 지식인들의 지식과 교양을 채워주는 오늘날의 대학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이에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은 들어서는 입구에 새겨놓은 그 안에 모든 지식과 과학의 보물이 있다.”라는 글귀처럼 전용 필사실을 두고 있고 당시 15천 권의 장서를 보유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은 슈투트가르트로 옮겨졌고, 오늘날 몇 백 점 남은 초기 간행본과 수도사들의 필사본은 서가에 그물망을 덮어 도서관을 찾는 관광객에게 전시용으로 비치하고 있다.

 

도서관은 누구라도 방문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