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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 New World Library

[10호] 스페인 발렌시아 코르푸스 크리스티 왕립신학교 도서관과 기록관

스페인 발렌시아 코르푸스 크리스티

왕립신학교 도서관과 기록관

 

 

[출처] 이미정. (2013). 스페인 발렌시아 코르푸스 크리스티 왕립신학교 도서관 & 기록관. <국회도서관관보> 

Available from : http://www.nanet.go.kr/libintroduce/etc/monthLibView.do   

 

* 발렌시아 역사의 보고이자 지식의 원천

 

 

 

스페인에서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발렌시아는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로 예부터 농업이 크게 발달하고, 지중해를 통해 활발한 교역활동이 이루어져 문화 경제적으로 풍요의 땅이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고대 로마제국, 8~13세기 이슬람왕국, 이후 스페인의 아라곤카스티야 왕국으로 거쳐 가는데, 이와 같이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거쳐 간 흔적들은 발렌시아 곳곳에 문화유적들로 남아 있어 고고학적 역사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스페인은 각종 문화와 종교가 여러 차례 거쳐 가면서 여타 유럽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함을 지니게 되는데, 149212일은 그중에서도 한 획을 긋는 중요한 날이다. 700여 년간 그라나다를 정복했던 이슬람세력을 몰아내고 스페인의 통일을 이룬 것이다. 이사벨 1세 여왕(Isabel I de Castilla)은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통일을 이룬 후 강력한 종교정책(종교재판)을 통해서 이교도들의 재침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이후 스페인은 가톨릭교회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이단 척결 및 교회 쇄신 운동의 본거지가 되었다. 또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의 신대륙발견을 후원하며, 이후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한 이사벨여왕은 스페인 국민들이 무척 사랑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현재까지 스페인은 도시 중심에 대성당(Cartedral)이 있고, 크고 작은 교회와 수도원이 도시 곳곳에 자리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수많은 축제들이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에 진행되던 그대로 종교적인 의식을 보존해가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이유로 대성당과 수도원에는 저마다 귀중한 장서와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기관은 자체적으로 자료복원을 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개가제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자료를 탐색하거나 자료실로 들어갈 수 없고 필요한 자료를 열람하려면 열람요청신청서를 작성하고 연구실에서만 열람을 할 수 있다.

 

이곳은 산후안 데 리베라(San Juan de Ribera: 설립자) 개인도서관, 왕립신학교 도서관, 왕립신학교 기록관, 발렌시아 공증문서기록관, 음악자료관 등 총 5개의 자료실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의 제일 위층에 위치한 산후안 데 리베라 개인도서관은 그의 사후 꾸며진 곳으로, 가톨릭 성인 관련 필사본, 고문서, 활판인쇄본 등 여러 종류의 고서와 당대 저명한 작가들의 저작물을 만나볼 수 있다. 

  

 

왕립신학교 도서관17, 18세기 고서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이곳은 펠리페 5(Felipe V) 왕립도서관의 사서이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첫 전기를 T는 발렌시아 출신 그레고리오 마얀스(Gregorio Mayans)의 작품과 발렌시아 관련 역사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장서들은 발렌시아도서관의 문화유산 공동목록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으므로 검색해서 서지사항 확인이 가능하다. 예전 신학생들이 공부하던 책상과 의자가 중앙에 배치되어 있고, 원목책장에 역사, 철학, 과학, 신학 등의 주제로 분류되어 보존되고 있다.

 

학교재단의 회계자료와 14~17세기 양피지 문서 수백 건이 보관되어 있는 왕립신학교 기록관은 가톨릭 성인들의 초상화와 학교설립을 승인한 교황의 칙서 등 희귀한 자료들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양피지 문서는 바깥 책장에 배가되지 않고, 벽면 안쪽 별도의 공간에 갈색 케이스에 고이 모셔져 따로 보관되고 있는데 케이스에는 자료별 번호가 붙어 있어 자료접근과 선별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발렌시아 공증문서기록관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발렌시아 공증인에 의해 쓰인 약 3만 권을 보유한 공증문서기록관이다. 학교상속인이었던 마리아노 토르토사 투델라(Mariano Tortosa Tudela)의 기부로 1803년에 편찬물들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곳 공증문서는 왕실이나 국가기관에서 발행한 공공문서가 아니라 개인들의 문서이기에 더욱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발렌시아의 과거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역사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연구를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기관의 주요 목적이 보호, 보존, 정리, 보관 및 서지 배포인데, 이 점은 현재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모색하는 기타 공공도서관과는 달리 차별되는 점이고, 보호와 보전이라는 목적에 큰 가치를 두는 만큼 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기관에 상주하며 자료복원과 보존을 도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코르푸스 크리스티 도서관은 스페인다운 특징을 가진 도서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자료를 검색하고 원문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도서관을 모토로 하는 현대적인 도서관과는 거리가 있지만, 보존에 주력을 하며 장서와 자료를 보호하고 있고, 옛 모습 그대로 보존이 잘된 이곳은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 또한 스페인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