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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 New World Library

[5호]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프랑스 국립도서관
(BNF http://www.bnf.fr/)

 

파리 동남쪽 센(Seine)강가에 반쯤 펼친 책을 상징하는 L자형, 79m 높이의 대형 타워4개가 서 있다. 이 건물로 에워싸인 중앙에는 12,000의 아름다운 나무숲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유리 건축물은 차갑고 지적인 시선으로 파리 13전체, 특히 아름다운 톨비악(Tolbiac) 주변을 위풍당당하게 굽어보고 있다. 이 건축물이 파리를 21세기의 알렉산드리아로 만들려 했던 프랑수아 미테랑(Francois Mitterand) 전 대통령의 꿈이 담긴 그리고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설계한 세계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인 도서관 중의 하나프랑스국립도서관(BNF)'이다. 프랑스식 허영심과 오만함을 드러내는 무모한 시도라는 초기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총 비용 12억 유로가 투자되고 8년여의 공사기간이 걸려 1996년에 완공된 유리로 된 이 건물은 이제 도서관으로서의 기능과 건축의 아름다움에서 모두에 의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국립도서관이 생긴 것은 프랑스대혁명 이후이고, 그 기원은 1368년 질 말레(Gilles Malet)를 왕실사서로 임명하여 자신의 장서를 관리하게 했던 샤를르 5(Charles , 1364~1380)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선왕이 서거한 후 왕실 장서가 분실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루이 11(Louis , 1461~1483)를 왕립도서관의 진정한 설립자라고 부른다. 프랑수아 1(Francois , 1515~1547)는 왕립도서관 발전에 있어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그는 한편으로 옛 필사본을 구입하는 정책을 펼치고, 다른 한편으로 15371228일의 법률명령에 의해 국내에서 출판·인쇄되는 모든 도서 한 권을 왕립도서관에 기증하는 법적 납본을 의무화한다. 이러한 왕립도서관은 루이 14세 치하(Louis ⅩⅣ, 1643~1715) 콜베르(Colbert)재상에 의해 거듭 태어난다. 그는 루이 14세의 업적을 드높이기 위해 로메니 드 브리엔(Lomenie de Brienne) 백작이나 질베르 골민(Gilbert Gaulmyn) 동양학자 같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도서를 구입하거나 기증 받아 장서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친다. 몇 십 년 사이에 왕립도서관이 유렵 최고의 도서관이 되자 니콜라 클레망(Nicolas Clement) 왕실사서는 이의 관리를 위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 거의 동일한 도서 분류 방법에 대한 원칙을 세운다. 1720년 국정자문위원회의 법령으로 왕립도서관은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일주일에 한 번씩 개방된다. 그리고 이곳저곳 분산된 왕실도서는 1721년 리슐리외(Richelieu)에 자리 잡은 리슐리외도서관에 첫 이전이 시작된다. 프랑스 혁명기에는 귀족과 개인 서적이 압류되면서 국립도서관 서적 수가 30만 권으로 늘어났다. 프랑스 제헌의회 결의안으로 1793년 세계 최초의 민간 도서관으로 거듭났다.

 

 

국유재산이라는 개념이 프랑스대혁명에 의해 정립되어 수도원과 교회는 국립으로 바뀐 왕립도서관에 그들의 장서를 기증하게 되며, 이 한곳에 모여드는 장서량은 장소의 협소함과 보관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19세기에 이르러 국립도서관은 지방으로 분산 또는 이전해야한다는 목소리와 국유재산 목록작성을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의 대립으로 정체 시기를 겪는다. 국립도서관의 재정비와 확장은 1930년대부터 재개된다. 1934년 아르스날도서관이 국립도서관에 편입되고, 국립도서관 부속건물이 베르사유(Versailles), 사블레(Sable), 프로뱅(Provins) 등 이곳저곳에 건축된다. 그러나 리슐리외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국립도서관은 4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장서와 이의 보관에 있어 포화상태에 이르고, 도서관 직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열람자의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도서관 건축의 필요성이 1988년 정치적 차원에서 언급되어 프랑스국립도서관의 탄생을 보게 된다. 1988714일 혁명 기념일을 맞아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대대적인 보수를 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은 지역적으로 분리된 4~%개 도서관 건물로 구성되며, 소장 도서와 자료에 따라 제각기 그 특성을 지닌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을 대표하는 미테랑도서관(13): 일반도서, 정기간행물, 신문, 시청각자료, 컴퓨터자료, 마이크로필름;

-종전의(파리)국립도서관에 해당하는 리슐리외도서관(2): 도서, 정기간행물, 필사본, 판화, 카드, 지도, 음악자료, 화폐, 메달;

-아르스날도서관(4): 도서, 정기간행물, 필사본, 판화, 음악자료, 圖上자료;

-오페라도서관·박물관(9): 도서, 음악자료, 圖上자료, 의상, 장식품, 모형;

-파리(Paris)가 아닌 아비뇽(Avignon)에 위치하고 있는 메종 장 빌라르(Maison Jean Vilar): 연극예술 관련자료 등으로 분산 소장되어 있다.

이 중 규모가 큰 2개의 국립도서관 장서량에 대해 살펴보면,

-미테랑도서관: 단행본 1,000만 권(희귀본 20만 권), 정기간행물 35만 종, 멀티미디어자료 5만 점, 음성자료 90만 점, 비디오자료 9만 점, 마이크로필름 102만 점.

-리슐리외도서관: 일반도서와 정기간행물 270만 권, 판화 1,200만 점, 음악자료 200만 점, 카드와 지도 89만 점, 메달과 화폐 53만 점, 필사본 225천 권 등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세계 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려시대의 직지심체요절과 조선왕조의 외규장각 의궤도서와 옛 (파리)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고서인 외규장각 서적이 여기에 보관돼 있다가 2011년 대여형식으로 사실상 반환되었다.

 

 

국립 동양 언어·문화연구소 및 파리대학과 이웃하며 센(Seine)左岸에 자리 잡고 있는 미테랑도서관을 구성하는 L자 형 4개 타워는 지하에서 연결되며, 탑의 명칭은 각각 시간탑, 법률 탑, 문자 탑, 숫자 탑이다. 각 탑은 지하 2층부터 지상 11층까지가 서고이고 서가의 총 연장 길이는 395km에 달한다고 하며, 상부의 7층은 도서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지하 2층의 열람실은 중앙에 있는 푸른 정원을 바라보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하 1층은 만 16세 이상인 일반인에게 자유롭게 개방된 탐구 열람실로 1,700석의 자리가 마련돼 있으며, 지하 2층은 만 18세 이상인 학자, 성인연구원 및 박사논문과정 대학생들에게 개발된 2,000석의 좌석을 갖춘 연구 열람실이지만, 이의 이용을 위해서는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증빙할 수 있어야 하고 소지품 검사를 비롯한 출입 통제가 엄격하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이용자는 유료패스 카드를 소지하여야 하고, 특히 연구 열람실 이용을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적이고, 당일 예약된 좌석에는 열람시간 이용자 명단 및 열람할 도서가 미리 대출되어 있다.

미테랑도서관에는 2개의 전시실이 있고, 동편 밖으로 1개의 포럼강당과 음악 또는 연극을 위한 소·대형 2개의 강당이 마련되어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파리와 호흡을 같이 하는 문화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으며, 이곳의 전시회, 연주회 및 학술강의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벼 책과 예술의 진정한 만남이 이곳 도서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파리시민의 문화공간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가 있는데 이곳에도 전시실 및 도서관이 있다. 우파 대통령 조르쥬 퐁피두(Georges Pompidou)가 세운 이 문화센터는 건물의 뼈대, 기계장치, 칸막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고 그 만큼 소시민에게 제한 없이 개방되어 있는 반면, 좌파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이 세운 미테랑도서관은 복도엔 융단이 깔려있고, 벽은 현대예술가 6인의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열람실 책상 위엔 개인 스탠드가 마련되어 있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며 부르주아적이다. 시민사회의 문화를 담아 이를 발전시키려는 좌·우파 대통령의 노력의 산물이 이처럼 서로 사뭇 다르니 프랑스문화의 이중성을 반영하는 것 같아 역사적·정치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지식의 모든 영역 및 국립도서관의 국유재산’, 특히 프랑스 언어와 프랑스 문화에 관련된 재산을 수집하고 목록을 작성하며 보존하고 풍성하게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프랑스국립도서관 창설에 관한 정령(1994.01.03) 2조 제1). 이를 위해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전문연구소와 밀접한 협력을 맺으면서 자료의 복원과 보존에 관한 연구를 행하며, 최첨단기술에 힘입어 주로 1875년부터 1960년 사이에 출판된 고문서, 고가장서, 희귀하고 귀중한 도서의 디지털화를 통한 대체 자료 연구가 활발하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전자도서관으로서 거듭나기 위해 1985년 자료의 전산처리가 처음 이루어진 이래 2003년 현재 디지털텍스트 10만권, 디지털그림 25만점의 전자정보를 갖추고 웹사이트(gallica.bnf.fr;mand-ragore.bnf.fr)로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국립도서관은 특별 도서 검색을 위한 BN-OPALINE과 일반 도서 검색을 위한 BN-OPALE PLUS 2개의 웹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