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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서평

[30호] 풍수화 :한중일(韓中日)의 민족원형


 

   풍수화: 한중일의 민족원형

 


   저자 : 김 용 운

   출판사: 맥스비디어

   출판년: 2014



 

   서평: 김대현 교수(가정의학교실)

 

  한중일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동북아 3국이다.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와 인접하여 역사적으로 다양한 인연과 악연을 나눈 가깝고도 먼 나라. 이 두 나라는 不可遠不可近으로(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미래를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의 이웃이며, 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동북공정과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수학자, 철학자, 한일 비교역사의 대가이자 문화비평가인 김용운은 한중일 3국의 민족원형을 풍수화(風水火, 바람, 물, 불)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자연환경, 민족사 초기의 역사적 경험, 지정학적 차이가 민족마다 서로 다른 성격 또는 집단무의식이라 할 수 있는 원형을 만들어내고, 그 원형에 따라 유사한 역사적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원형사관이다.

 

  저자는 독보적인 한일 역사에 대한 이해로 한국과 일본의 차이부터 통찰한다. 일본과 한국의 풍토 차이는, 일본이 인간의 힘으론 어쩔 도리가 없는 자연재해를 주로 겪으면서 순응적 태도, 질서, 침착성을 형성해온 반면, 주로 외부의 침략을 포함한 인재(人災)를 겪어온 한민족에겐 그 재난을 방비해내지 못한 위정자에 대한 원망의 원형이 생겨났다. 실제적 3국 통일을 완결하는 백강전투(663년)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백강전투 이후 통일신라는 사대 노선을, 일본은 당나라 영향권을 벗어나 군사확대노선을 걸으며 한일간 원형의 차이가 생겨났다. 중국은 한반도에 직접 침략하기보다는 달래고 압박하고 분할하여 견제하는 이이제이 전략으로 전환했다. 백제(전라)지역의 뿌리 깊은 저항정신의 기원도 백강전투이며, 백강전투에서 최대이익을 얻었던 중국은 과거 여러 차례 한반도 침략에 실패한 역사적 경험이 더해져 한반도 북위 38~39도선을, 순망치한이란 표현처럼 자신의 영향력을 지키는 소중한 입술로 생각하게 된다. 현재 북핵문제해결과정에서도 북한을 통해 미국세력을 견제하고자하는 중국의 의도(원형)를 볼 수 있다. 이 3국의 기본구도에 19세기 이후 미국과 러시아까지 개입하면서 남북 분단으로 현재의 한반도 지정학이 형성된 것이다.

 

  한국의 원형은 풍(風). 자연스러운 문화적 품격인 신바람, 풍류, 멋, 문화이고, 이를 담아내는 것이 문화민족, 선비정신이다. 한민족은 내부적으로도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권력이 불필요한 화평한 공동체였다. 중국은 물(水). 강력한 흡인력으로, 다양한 이질적 요소를 자신의 것으로 융합해내는 중화사상으로 만리장성 안으로 들어온 것은 다 빨아들이는 바다와 같다. 과거 중국은 통일하면 요동으로 진출하는 패턴을 반복했는데, 수와 당의 한반도 침략이 연이어 실패한 이후에는 침략보다는 대륙의 통일을 유지하면서 주변국에 대해 이이제이의 분할통치전략으로 전환했다. 일본은 화(火). 화산열도에서 천재지변에 대처하고 단결하면서 개인적 겸손과 억제, 집단적 단결이 형성되었다. 문제는 비굴할 만큼 겸손한(和) 개인이, 뭉치면 오만하게 돌변하고 도발(火)한다는 것이다. 백강전투에서 비롯된 신라에 대한 보복심이 변형되어, 주변국 침략과 정복을 정당화하는 소위 팔굉일우 정신으로 발전하게 된다.  섬에서 탈출하고픈 대륙 콤플렉스 때문에 한반도를 침략하게 되었다.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이러한 3국의 원형은 앞으로의 국제관계나 여론에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풍수화(風水火)는 남북통일의 방법론으로 비핵화 실현을 위해 주변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영세중립(永世中立)론을 주장한다. 신라 통일이후 오늘까지 사대의 역사가 이어져 자주적 중립노선을 걷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나, 북한 핵문제와 통일을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영세중립론은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한다. 중국과 일본을 이해하기위해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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