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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서평

[31호] 대학/중용



      저 자 : 주 희

 

서평 : 강구정 교수 (외과학교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사서라 함은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말한다. 사서에는 BC 400-500년경 공자, 맹자 와 그 제자 및 학자들에 의해 기록된 인간 윤리 도덕에 관한 기본적인 수준과 때론 높은 수준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유교이념의 근간이 되는 이 책은 송나라 때 주자학 조선의 성리학으로 발전되어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기본 틀이 되었다. 유교는 하나의 종교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왔지만 근년에는 유교를 종교로 분류하는 학자들은 드물다. 하나의 사상이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사서 중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대학이며 가장 마지막에 배우는 것이 중용이다. 그 말은 대학이 가장 기본이며 좀 쉽고, 중용은 그 분량이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사상이 농밀하여 이해하고 체득하기가 쉽지 않다.

 

논어는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문답형식으로 인간의 본질과 품성, 사람간의 관계 혹은 도리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맹자는 가장 어려운 한자와 문장으로 서술되어 한두 번 읽어서 이해하기에 어려운 구절이 많다. 요순임금이 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하면서 정치를 한 표본으로 선한 정치가 어떤 것인가를 가르치는 구절이 많이 담겨 있다.

 

정치인들이 제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계로 나가 큰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를 흔히 보는데 제가를 잘 했더라도 정치를 하려면 맹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학은 젊은 시절 그 해설을 곁들인 대학과 중용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 동서 문화사에서 출판된 문고판 책을 읽어 그 핵심 구절을 오랫동안 되뇌어 왔었다. 대학장구 서라고 하여 근간이 되는 이념은 <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新民 在止於至善> 즉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들을 교육하고 교화시키는 데 있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지극한 선이 이르는데 있다.

그 실천 방안으로 8조목, 誠意正心格物致知 修身齊家治國平天下(성의정심격물치지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라고 했다. 성의 정심, 즉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바르게 한 학문을 하고 그런 다음 자기의 몸을 닦고 나서야 가정을 다스릴 수 있으며 가정을 잘 다스리고 나서야 나라와 그 이상을 다스릴 수 있으며 그렇게 하길 권한다.

 

평천하를 위해서는 기본 되는 정성을 다하고 뜻을 다한 다음 마음가다듬음이다. 그 책의 2부에 실린 중용은 읽기를 시작하다가 어려워서 그만 두었었다. 그걸 근년에 향교 서당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중용은 오징어를 씹고 또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듯이 읽고 또 읽고 또 묵상해야 그 깊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여러 구절 가운데 내게 다가온 가장 깊이 있게 다가온 구절은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막현호은이요 막현호미니 고로 군자는 신기독야라)이다. 이걸 해석하면 가장 은미한 것보다 더 잘 드러남이 없으니 군자는 혼자 있을 때 삼가야 한다.대학초년 때 교양과목 교수 한분이 살아가면서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한마디를 들라고 한다면 愼獨이라는 단어라고 언급하였다. 그 가치는 이 문장에서 따 온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에서 코람데오(Coram deo) 하나님 앞에서라는 구절과 통한다. 늘 하나님이 앞에서 나의 생각과 나의 말과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린 어떻게 행할 것인가?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여 언제라도 넘어질 수 있다. 생각과 말이, 아는 것과 행함이 늘 일치 하지는 않는다. 넘어지기 쉬운 것이 인간이다. 신독이란 단어에는 우리가 어떻게 행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 5, 췌장암 심포지엄 참석차 상해에 간적이 있다. 심포지엄 내용도 좋았으며 심포지엄을 마친 후 그들의 만찬은 중국인들의 대접 문화가 어떤 것이지 볼 수 있었다. 돌아와서 감사의 메일을 쓰면서 조금 공부한 막현호은-’이하 구절을 적어 보냈다. 중국 전통에서 지고한 가치를 발견했다는 뜻을 담았다. 상해의 의과대학 교수의 답장 메일 가운데 그 제스처는 보진 못했지만 문장 가운데서 읽을 수가 있었다.

 

손뼉을 치며 어떻게 이런 구절을 다 아느냐? 시진핑 주석이 가슴에 품고 있는 구절인데...’ 라며 당나라 장구령의 <望月懷遠>(망월회원)달을 보며 멀리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다라는 시한 수를 보내왔다.

 

海上生明月 天涯共此時

바다 위에 떠오른 밝은 달  이 시간 하늘 끝까지 두루 비추리

情人怨遙夜 竟夕起相思

그리운 그대 긴 밤 원망하며 잠 못 들고 일어나 내 생각할 테지

滅燭憐光滿 披衣覺露滋

촛불 끄니 방안 가득 비친 달빛 안타깝고 걸친 옷 이슬에 촉촉이 젖는데

不堪盈手贈 還寢夢佳期

한 손 가득 떠 보낼 수도 없으니  다시 잠자리에 들어 꿈속에서 만남을 기약하네

 

이 시의 내용처럼 당신을 기억하겠노라는 부연설명이 있었다. 고전 한 구절로 중국친구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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