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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서평

[26호] 열녀문의 비밀

 


   열녀문의 비밀

 

 

   저자 : 김 탁 환

   출판사: 민 음 사

   출판년: 2015

 

   서평: 금동윤 교수(흉부외과학교실)


  때는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던 정조 초기, 야소교도(예수교도)들을 쫓고 있던 의금부 도사 이명방에게 특별 임무가 내려진다. 규장각 검서관으로 있던 이덕무가 적성현 현감으로 부임하는 곳에 따라가 열녀문 상신을 받은 김아영의 삶과 그 행적을 조사하는 것. 주인공 이명방은 그의 친구 花狂 김진과 함께 열녀 김아영을 조사하면서 그녀가 백탑파 못지않게 새로운 문물과 정신에 마음을 열었던 신지식인이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그 지식을 백탑파와는 달리 이를 실제 실험하고 전파했던 놀라운 여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농기구를 개량하고 정전법을 시험했으며, 집안의 노비들을 교육하고, 자유를 상으로 내걸어 생산을 독려했고, 또한 객주를 오가며 상업을 직접 배우기도 서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토록 치열한 삶을 살아간 김아영의 갑작스런 자살에 의문을 갖게 되고, 주위 사람들을 조사하면 할수록 자살에 대한 의문이 점차 깊어져간다. 즉 자살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없고 주위 사람들이 서로 그 자살 목격을 미루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조사가 진행될수록 조사를 방해하려는 사건과 새로운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게 되고, 이 모든 것이 김아영의 행적조사와 연관됨을 알게 된다.

 

  주인공 이명방, 김진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사이사이에, 그 시절 만연했던 고질적인 향청-질청간의 갈등, 서화 매매를 둘러싼 관-상인 갈등, 양반-서출 문제 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지금 이 시대의 지역분권 문제, 정경유착,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을 고려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재미가 더욱 커질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 읽었던 ‘명탐정 셜록홈즈’의 주인공 홈즈와 친구 왓슨을 떠올리게 된다. 홈즈와 같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김진과 그 사람의 냉철한 추리를 도와주고 글로 표현하는 의금부 도사 이명방. 또한 글을 읽는 독자는 어느 듯 주인공 이명방이 되어, 문제를 냉철하게 해결해 가는 화광 김신을 가까이 자세히 지켜보는 위치에 있게 된다.

 

  한국고전문학을 전공한 소설가 김탁환은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소설 및 평설, 에세이 등을 출간해 왔으며 요즘은 프리랜서로 전국으로 돌며 많은 강연을 하고 있다. 소설가로서 그는 우리나라 역사추리소설에서 이인화를 잇는 대표적 소설가로 자리하고 있다. 민음사와 계약이후 ‘조선왕조실록’이란 주제 하에 약 60권정도의 책을 출간 예정이며, 이중 백탑파 시리즈 8권(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목격자들 각 2권)을 출간하였다. 작가가 ‘조선왕조실록’을 서제로 삼은 이유는 이것을 통해 정밀하면서도 풍부하게 하루하루를 기록한 조상들의 정신을 본받기 위함이며, 이 기록이 궁중사건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두를 포함하고, 정사와 야사, 침묵과 웅변, 파괴와 생성의 세계를 넘나들며 인생과 국가를 탐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역사소설이란 사실의 엄정함을 主로 삼고 상상의 기발함을 從으로 삼되, 시대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국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두루 검토한 후 그에 어울리는 예술적 기법을 새롭게 선보이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백탑파 시리즈 ‘방각본 살인사건’(2003년) 이후 2년 만에 출간한 이 책은 이러한 작가의 철학이 충실히 담긴 소설로, 조선후기 시대상과 풍속 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내용을 염두에 두고 잠시 시간을 내어 소설가 김탁환의 백탑파시리즈와 함께 조선의 르네상스 시기를 음미해 본다면 이 또한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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